<제37회 한국현대시인상: 오하룡 시인/노유섭 시인>

<제7회 한국현대시작품상: 김금아 시인> 

심사경위

2014년도 「한국현대시인상」 및 「한국현대시 작품상」심사를 위해서 10월 29일 2시 문덕수, 함동선 평의원님과 심상운 명예회장, 조명제 부이사장이 월간 <시문학사>에서 회합을 하였다. 먼저 응모작품의 목록을 살펴보고, 목록에 등재된 응모자와 작품집이「한국현대시인상」등단 10년 이상, 「한국현대시 작품상」10년 이하라는 규정에 모두 적합하였는지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한국현대시 작품상」응모 시집부터 심사하였다. 심사기준은 작품세계의 혁신과 언어의 신선도, 이미지의 현대성에 중점을 두었다. 심사결과 김금아 시인의 시집 『미로 프로젝트』가 심사위원의 전원일치 합의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한국현대시인상」은 작품의 품격과 그동안 활동상황에 중점을 두고 진지한 토론의 과정을 밟는 선정 작업을 했다. 심사 마지막까지 오하룡 시인의 시집 『몽상과 현실 사이』와 노유섭 시인의 시집 『햇빛 피리소리에 어깨 겯고』가 경합하였다. 두 시인 모두 품격이 있는 작품세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시단 활동상황도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논의 끝에 공동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한국현대시인상」심사기

오하룡 시인의 시집 『몽상과 현실 사이』의 시편들 중에서 「반가사유상」 「국화를 위하여」 「상처가 상처 읽어주며」등의 시편들이 시의 품격을 감지하게 한다. 예를 들어「반가사유상」에서 자애로운 어느 할아버지 한 분의 표정을 보고 살아 움직이는 반가사유상을 발견한 시인의 눈이 빛나는 “어느 순간 나는 움직이는/ 반가사유상이/ 내 지척에 있어/깜짝 놀랐습니다”라는 이 시의 끝부분은 순수한 존재를 선명한 이미지로 표현한 발견적 단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시인의 상상력이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의 생각을 얼마나 상승시키고 있는가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수준 높은 시의 품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화를 위하여」에도 국화를 고르면서 자신이 부질없는 욕망에 갇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눈에 내 마음을 홀린 국화야, 너를 선택하여 그만 돌아 섰으면 되련만 허욕의 마귀는 여기서도 나를 기다리니”에서 자신의 마음을 거짓 없이 표출하여 깨달음을 주는 그 솔직담백한 시인의 자세가 시의 품격상승에 작용하고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오하룡 시인은 1975년에 등단하여 그 동안 꾸준한 정진과 시단의 발전에 기여한 공적도 인정되었다.

노유섭 시인의 시집 『햇빛 피리소리에 어깨 겯고』에서는 「네가 없었더라면」 「아침 고요」 「빵의 힘」등이 격조 높은 시의 세계를 인식하게 한다. 「네가 없었더라면」에서 생명의 신호를 보내는 산수유, 개나리, 벚꽃 등의 자연물들이 없었더라면 대도시 아파트 주민들의 삶은 어떠했을까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인은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고 ‘없었더라면’을 반복하는 것으로 독자들의 답을 이끌어 내고 있다. 「아침 고요」에서도 긍정적인 대상과 부정적인 대상을 병치하면서 “지금 고요하게 흐르는 것은 무엇인가/가는 산골 물로 고요하게 흐르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내적 질문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긍정의 세계로 끌어내고 있다. 이 시집의 시편들은 그런 어법과 함께 「빵의 힘」에서는 일요일 도림천 시멘트 바닥에 늘어서서 빵과 두유를 배급받는 노인들의 사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뜨거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편이 독자를 설득하지 않고 공감하게 하는 시, 시인의 섬세한 눈과 순수하고 밝고 따뜻한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되는 품격이 있는 시라고 인정하고, 「한국현대시인상」수상자로 선정하는데 이의가 없었다. 노유섭 시인은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을 두 번 연임하여 협회의 발전에 끼친 공로도 평가되었다.

「한국현대시 작품상」심사기

김금아 시인의 시집 『미로 프로젝트』에 수록된 시편들은 21세기의 디지털적 상상과 공상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인과적 논리와 현실을 초월하는 그 이미지들은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내는 이미지가 아니고, 이미지 자체에 존재성을 부여해아 하는 자율적인 이미지들이라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서 “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에/하얀 관이 놓여 있다/관 뚜껑에 모니터가 켜지고/체크 넥타이를 맨 남자가/화면에 걸터앉아 있다/” -「모니터」앞부분이나, 사람들이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물 속의 여자를 내려다보고 있다/지붕 위로 흐르는 강물에/물구나무 선 나무들이/ 노를 저어 간다//망토를 두른 남자,/가판에 앉아 만돌린을 켜기 시작한다.// -「강물 속의 집」끝부분“ 이런 불연속의 이미지들은 의미면에서 매우 모호하고 신기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은 독자들의 신선한 상상력과 결합할 때, 독자들마다 각기 다른 창조적인 서사의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의미창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미지라고 생각된다. 이런 점이 작품세계의 혁신과 언어의 신선도, 이미지의 현대성을 심사기준으로 한 「한국현대시 작품상」에 적합하다고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2014년 10월 29일

심사위원: 문덕수(위원장), 함동선, 심상운(글), 조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