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봄 햇살이 봄나들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5월 20일(토) 오전 11시에 최창일 시인(고교 백일장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현대시인협회 실무진들이 독립문 옆에 있는 현충원에 모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고교 백일장이니 만큼 회원들은 옷매무새 하나까지 각별한 신경을 썼다. 남양주에서는 박강남 시인(본 협회 상임 이사)을 비롯한 회원들이 조규수 사무국장과 함께 대회장에 들어와 개봉 안 된 시제를 걸어 놓는 등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규수 시인이 협회기를 단상 위에 올려 놓은 후 정신재 시인(<한국 현대시> 주간)이 고교 백일장과 관련한 편집 회의를 주재하였다. 올 겨울에 출간될 <한국 현대시> 18호 특집 기획안을 실무진들에게 알린 후 실무진의 역할 분담을 정하였으며, 고교 백일장과 관련하여 준비할 사항을 서로가 공유하였다. 최창일 시인이 백일장 심사위원으로는 심상운(심사위원장), 정유준, 하옥이, 장건섭, 박정희(해남) 시인이 정해졌음을 공지하였고, 백일장 심사평 원고 청탁은 강소이 시인(사무국 차장)이 입상 학생들의 원고를 워드 작업한 후 심상운 시인(본 협회 평의원)에게 하기로 하였다. 이어서 조규수 시인이 실무진의 백일장 역할 분담을 정한 후, 김윤경 시인을 비롯한 회원들이 백일장 응시 학생들의 응모 카드를 책상에 재빠르게 부착하였다.

   임원 및 실무진 회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대회장에 들어서자 이지언 시인(본 협회 사무국 차장)이 응시 학생들의 접수를 받았다. 전국에서 선발된 총 53명의 응시 학생들이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줄을 서서 대회장에 들어섰다. 작년에 100여 명이 참가한 데 비하여 선발된 학생이 줄어든 것은 학교 생활기록부에 대외 수상 기록을 할 수가 없기 때문임을 직감하였다. 하지만 O예술고, K예술고에서는 대학에 문예창작과 특차 학생으로 입학하는 데 본 협회의 수상 경력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여러 학생이 응시하였다. 이 때문에 사무국에서는 각별한 신경을 썼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위하여 협회 명칭이 찍힌 원고지에는 수험 번호만 쓰도록 하여 심사위원들이 오로지 작품만으로 우수 학생을 가려내도록 하였다.

  김용언 이사장의 개회 선언과 함께 조규수 시인이 학생들에게 주의 사항을 알렸다. 학생들의 질문에는 정신재 시인이 소상하게 답해 주었다. 다섯 개의 시제 중 하나만 골라 쓸 것과 원고지 쓰는 요령을 알린 후, 학생들의 시창작이 시작되었다. 1시 30분부터 시작하여 3시 30분까지 학생들은 진지하게 작품을 써 나갔다. 이어서 심사위원실에 심사위원이 모여 작품을 심사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예정 시간을 훨씬 넘겨 1시간 30분 동안 열띤 토론과 함께 신중하게 심사를 하였다.

오후 5시가 되어서 시상식이 거행되었다. 장원을 한 김수인 학생(이화여고)을 포함한 13명의 입상자가 발표되고 백일장 대회에 참석한 임원들이 시상하였다. 심사위원장인 심상운 시인이 심사평을 하였다. 풋풋한 감성과 풍부한 상상력을 풀어내는 글솜씨가 돋보였다며, 전국 제일의 백일장 대회니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장차 훌륭한 시인으로 성숙하기를 기원한다는 취지의 평을 하였다. 신규호 시인(본 협회 평의원)을 비롯한 임원들이 각각 시상하였고, 수상자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였다. 이어서 김수인 학생의 시낭송이 있었다. 제목이 「만년필」인 이 학생의 작품은 아버지의 삶을 ‘만년필’로 알레고리화한 수작秀作이었다. 김용언 이사장의 폐회사가 있은 후 수상 학생, 대회 참가 학생 등과의 단체 기념 촬영이 있었다.

학생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돌아간 후 현충원 맞은편의 식당으로 가서 고교 백일장에 관한 평가와 의견들을 흐뭇한 마음으로 오후의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작별의 인사를 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미래일보 기자인 장건섭 시인과 사진 작가인 김혜숙 시인이 사진 촬영을 하여 협회 밴드와 페이스북에 기사와 사진을 올려서인지 여기저기서 멋있다는 찬사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왔다. 전국고교백일장대회는 한국 최고의 고교 백일장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대회가 성년의 나이를 먹은 만큼 알차게 익어가는 듯하였다. 전국고교백일장대회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