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소개

이름 KMPOET 이메일 kmpoet@naver.com
작성일 2004-11-17 조회수 6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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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면무도회 / 변세화
가면무도회

卞 世 和

날 보고 문득 호랑일 닮았다나?
그러는 저는 영락없는 사자 모양
얼핏 보나 자세히 보나
저마다 영락없이 길짐승 날짐승을
쏙 빼어 닮은 몰골
쥐 소 범 토 용 뱀
말 양 원 닭 개 돼
십이지(十二支)의 열두 짐승은 물론
고양이 고슴도치 기린 낙타
노루 사슴 올빼미 염소 오소리
치타 하마 하이에나 캥거루…
있는 대로 다들 동물 형상을 하고도
그나마 용케도 웃음 웃게 지어진 탓에
하하 호호 히히 후후
까르르 깔깔 키들키들
색색의 요사스런 웃음자락 속
누런 송곳니, 시커먼 손톱발톱 묻어둘 뿐
어차피 먹고 먹히고 나고 죽고 하는 세상
통칭 여자는 너부터 여우로
남자는 나부터 늑대 심보로
피차 속고 속이며 살아가는 판국에
제깐에 만물의 영장이라 자처하는 자들이
직립(直立)의 등뼈로 곧추서서
허위허위 허튼 수작의 팔다리 흐늑이며
오늘도 벌여 가는 숨가쁜 가면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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